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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 리뷰 (스토리, 인물분석, 박찬욱신작)

by 공구공삼 2025. 9. 19.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액스(The Ax)>는 단순히 범죄소설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냉혹한 현실과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동시에 보여주며, ‘스릴러’라는 장르적 쾌감을 뛰어넘어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AX(액스)라는 제목은 ‘도끼’라는 직접적 의미와 함께, 기업에서 직원을 잘라낼 때 사용하는 ‘정리해고’라는 은유적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오늘은 이 소설의 스토리 구조, 주요 인물, 그리고 박찬국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하는 이야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토리 구조와 서스펜스의 전개

웨스트레이크는 오랜 기간 동안 코믹 크라임 소설로 명성을 얻었지만, <액스>에서는 전혀 다른 색채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해고된 중년 가장 버크 데번포트의 시선에서 진행됩니다. 그는 오랜 시간 성실히 일해왔음에도, 구조조정의 칼날에 의해 하루아침에 삶의 기반을 잃습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시 취업할 수 없다는 현실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갑니다.

이때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자신과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구직자들의 명단을 손에 쥔 뒤,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입니다. 살인을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구직 전략’으로 치환하는 이 설정은 충격적이면서도, 어쩐지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소설의 구조는 전통적인 추리물과 달리 범인의 정체를 파헤치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독자는 범인이자 주인공인 버크를 따라가며 그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자기 합리화를 실시간으로 목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긴장은 끊임없이 고조됩니다. 버크는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면서도, 스스로를 ‘악인이 아니라 생존자’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독자는 그 변명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냉혹한 범죄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동시에 엮어내며, 독자들이 결코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도록 만듭니다.


인물 분석과 사회적 상징성

<액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당연히 버크 데번포트입니다. 그는 범죄자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성실히 일했음에도 ‘나이와 비용’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그는,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생자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점차 비극으로 향합니다. 단순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그의 범죄는 결국 통제 불가능한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버크의 아내와 자녀들 또한 중요한 장치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버크를 지탱하는 가족이면서도, 동시에 버크가 범죄를 합리화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흔히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살인을 정당화하는 가장 위험한 논리로 작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버크가 제거하려는 경쟁자들 역시 특별한 악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들 역시 버크와 같은 피해자일 뿐, 구조조정의 희생자이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개별 인물이 아니라, 그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소모시키는 구조 자체가 범인일 수 있다는 암시입니다.

이 모든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AX(액스)’입니다. 도끼는 살인의 무기이자, 기업이 직원들을 잘라낼 때 쓰는 냉혹한 도구입니다. 즉, 버크가 휘두르는 도끼는 곧 사회가 개인에게 휘두르는 해고의 칼날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중적 의미 덕분에, 소설은 개인적 범죄극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 폭력성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확장됩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로 재탄생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왜 <액스>는 다시 주목받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작품이 다루는 주제가 여전히 오늘날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기 불안정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정한 일자리’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AI와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버크가 느끼는 절망은 더욱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또한 현대 독자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장르소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단순히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가 아니라, 현실 문제와 맞닿아 있는 작품이 다시 읽히고 있는 것입니다. <액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대와 다시 호흡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영화계와도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 올 가을, 박찬욱 감독이 신작 <어쩔 수가 없다>를 개봉할 예정입니다.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액스>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은 아니지만, 인간의 폭력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인물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독자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액스>를 다시 소환하게 될 것입니다. 범죄와 사회 비판을 교차시키는 작품 세계에서, 웨스트레이크와 박찬욱의 교집합은 강렬한 울림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액스>는 단순한 과거의 작품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독자는 버크의 이야기에서 단순히 스릴러적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어떤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깊이 성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론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액스>는 장르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드문 걸작입니다. ‘도끼=정리해고’라는 이중적 상징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주며, 범죄와 사회 구조를 한데 묶어내는 뛰어난 장치로 작용합니다. 2025년 가을 박찬욱 감독의 신작 개봉과 맞물려, <액스>는 다시금 독자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던질 것입니다.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우리 시대를 비추는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하기에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