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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책 리뷰

    『모순』은 한 번 읽고 끝내는 소설이라기보다,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읽게 되는 소설이에요.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의 생각과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다시 읽을 때는 그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과 장면들이 전혀 다르게 읽혀요. 그래서 이 책은 유난히 “여러 번 읽었다”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에요. 읽어본 사람으로서 추천하자면, 이 소설은 감동을 앞세우기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책에 가깝다고 느껴져요.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모순』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이 소설이 특정 시대의 이야기라기보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삶의 질문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생은 왜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지, 왜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그 모순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독자에게 남겨두는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작품의 중심에 놓인 인물과 설정

    이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다섯 살의 미혼 여성 안진진이에요. 진진의 가족은 전형적인 안정된 가정과는 거리가 멀어요. 시장에서 내복을 팔며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집을 떠돌다 가끔씩 돌아오는 아버지, 그리고 조직폭력배의 보스를 인생의 목표처럼 말하는 남동생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과 어긋난 상태에 놓여 있어요.

    여기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이모는 진진의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지만,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요. 이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외형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깊은 무료함과 공허함을 느끼고 있어요. 반대로 어머니는 늘 사건과 문제 속에 놓여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살아가요. 진진은 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해요.

    줄거리

    안진진은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직장에 다니고, 혼자 지낼 공간이 있으며,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은 아니에요. 하지만 진진은 자신의 삶이 어딘가 얇고 가볍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살고 있기는 한데, 삶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상태예요. 이 막연한 결핍감은 소설 전반을 관통하는 진진의 내면이기도 해요.

    진진의 어머니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에요. 생활력은 강하지만 감정 표현에는 서툴고, 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단호한 태도를 취해요. 아버지는 책임에서 벗어난 채 자유롭게 떠돌며 살아가고,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남동생은 현실적인 기반 없이 큰 꿈을 말하지만, 그 역시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러 있어요.

    이와 동시에 진진은 이모의 삶을 자주 목격해요. 부족한 것 없이 살아가는 이모는 오히려 삶이 지루하고 숨 막힌다고 느끼고,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내요. 진진은 어머니와 이모를 비교하면서, ‘가진 것이 많으면 행복한가’, ‘불행은 조건으로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떠올려요.

    소설은 큰 사건 하나로 이야기를 몰아가기보다는, 일상 속의 크고 작은 장면들을 통해 진진의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줘요. 진진은 가족을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동시에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해요. 미워하고 싶다가도 이해하게 되고, 거리를 두려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보게 되는 감정의 반복 속에서, 진진은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분명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모순』은 이 과정에서 인물들에게 명확한 구원이나 극적인 해답을 주지 않아요. 대신, 삶이란 원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흘러가며, 그 안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담담하게 보여줘요.

    이 소설이 오래 읽히는 이유

    『모순』은 부유함과 가난함, 안정과 불안, 책임과 도피 같은 대비되는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어느 한쪽이 옳다고 단정하지 않아요. 가진 것이 많아도 불행할 수 있고, 가진 것이 적어도 나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요.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문장이 감정을 과하게 몰아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슬픔을 강조하거나 교훈을 강요하지 않고, 일상의 장면들을 차분하게 쌓아 올리면서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해요.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에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본문 중 인상 깊었던 문장

    본문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모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처럼 느껴져요. 인생은 미리 준비된 정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계속 수정되고 다시 해석되는 과정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같은 사람이 다시 읽어도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추게 돼요.

    이런 독자에게 추천해요

    『모순』은 빠른 전개나 강한 사건을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현실적인 삶과 관계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 잘 맞는 소설이에요. 가족이라는 관계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인생이 왜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지 고민해본 적 있는 분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아요.

    무엇보다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양귀자작가의 '모순' 구매하러가기

    『모순』은 삶이 왜 이렇게 모순적인지, 그리고 그 모순을 안고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조용히 묻는 소설이에요.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 질문 자체가 오래 남아요. 읽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이 책은 지금의 나보다 앞으로의 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쉽게 손에서 놓이지 않고, 다시 책장에 꽂히는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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