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설원을 무대로 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리즈는 스키·스노보드 문화의 활기를 그대로 호흡하면서도, 특유의 속도감과 치밀한 단서 배치를 한 권 한 권에 꽉 눌러 담아요. 공통된 무대(스키 리조트/겔렌데), 추위와 시간 압박, 군중 속 익명성, 하얀 눈으로 덮여 사라지는 발자국과 증거 같은 환경적 제약이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죠. 네 권을 연달아 읽으면 같은 설원을 전혀 다른 장르 톤으로 변주해낸 작가의 리듬이 느껴져요.
- ‘백은의 잭’은 협박범과의 치킨 레이스를 그린 본격 서스펜스,
- ‘화이트 러시’는 바이오스릴러의 외피와 보물찾기식 수색전,
- ‘눈보라 체이스’는 누명 벗기 추격극,
- ‘연애의 행방’은 사랑과 오해가 폭설처럼 쌓였다 녹아내리는 로맨틱 코미디에 가까워요.
“한 시즌에 30일을 설산에서 보낼 정도로 스노보드를 사랑하는 작가의 열정이 담긴 인기 시리즈”
— 책 소개(교보문고 제공)
이 글에서 다루는 순서(읽는 순서 가이드)
작품 간 직접적인 스포일러 의존은 약하지만, 세계관·장소가 느슨하게 이어지기 때문에 아래 발간 흐름에 가까운 순서로 읽는 걸 추천해요.
백은의 잭 → 2) 화이트 러시 → 3) 눈보라 체이스 → 4) 연애의 행방
이렇게 읽으면 같은 설원을 배경으로 범죄-수색-추격-일상 로맨스로 톤이 서서히 밝아지면서도, 작가가 설원을 어떻게 다른 장르의 무대로 연출하는지 변화폭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어요.
1. 백은의 잭 — 설원 서스펜스의 출발점

겔렌데를 볼모로 한 익명 협박과 은폐된 사고의 진실이 맞물리는 하이 스피드 미스터리.
“겔렌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3일 이내 3천만 엔을 준비하라.”
스키장 임원진은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은밀히 수습을 지시하고, 사건의 중심에는 1년 전 사망 사고가 있었다…
— 출판사 서평 인용
줄거리
시즌 개장을 앞둔 스키장에 ‘폭발물 협박’이 도착하면서 모든 것이 시계 초침처럼 빨라져요. 대외 공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전’과 ‘영업’ 사이의 줄타기가 이어지고, 현장 판단의 단 한 번의 지연이 수많은 인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 독자를 끝까지 붙잡습니다. 히가시노는 이 작품에서 의사결정의 압력과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미스터리 엔진으로 사용해요.
결말 (스포일러 포함)
협박범의 정체는 과거 스키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물로 밝혀진다.
그는 단순한 금전 목적이 아니라,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복수심으로 사건을 계획했다. 스키장 측이 사고를 ‘자연재해’로 축소하고 은폐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폭탄 협박’은 정의의 형태를 띤 절규였음이 밝혀진다.
작품은 경찰과 범인의 대결보다는 시스템과 인간의 윤리를 대조시킨다.
스키장의 경영진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신고를 회피했고, 결국 이 비밀주의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마지막에 폭발물이 해체되고 사건이 종료되지만, 구라타는 “우리가 지킨 건 손님이 아니라, 스키장의 체면이었다”고 자조한다.
결국 ‘백은의 잭(은빛 설원)’은 책임을 회피한 인간들의 위선 위에 세워진 백색의 허상으로 남는다.
스키장 지형·리프트 단서 체크리스트
- 삭도 구간: 협박범이 폭발물을 설치했다 주장한 곳이 곤돌라 탑승구 인근이며, 리프트 기둥 번호가 단서로 쓰인다.
- 슬로프 경사도 차이: 폭발물이 ‘눈사태’ 형태로 위장될 수 있었던 이유가 특정 구간의 급경사와 바람 방향 덕분이었음이 후반에 밝혀진다.
- 정비차(스노모빌) 동선: 제설 차량의 이동 경로가 사건 당시 목격자의 위치와 맞물리며 진실을 드러내는 결정적 힌트.
- 리프트 개폐 시간: 협박범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었던 시간대를 제한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 관광안내 지도: 범인이 보낸 협박 지도에는 실제 스키장 노선도가 부분적으로 겹쳐 있어, 경찰이 확대 분석해 진입 지점을 특정한다.
읽는 맛
- 설원 지형과 리프트, 슬로프 동선이 추리의 변수로 작동해요.
- ‘돈이냐 복수냐’로 압축되는 동기 추적이 직선적이되, 중반 이후 사고의 기억이 서서히 진실을 비춰요.
추천 포인트
긴박한 전개, 눈 덮인 공간의 폐쇄성, 위험 관리의 윤리 딜레마를 좋아한다면 첫 권으로 최적이에요.
2. 질풍론도 (화이트 러시), 바이오스릴러 × 설원 수색전

유전자 조작 탄저균 샘플 ‘K-55’의 비밀 매장지를 설원에서 찾아내는 초단기 수색 레이스.
“K-55가 사라졌다. 협박범은 사진 한 장과 방향 탐지 수신기만 남겼다. 배터리가 버티는 일주일 안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회수하라.”
— 출판사 서평 인용
줄거리
연구소 내부 문제로 시작한 사건이 설원으로 확장되며 ‘지도-사진-지형’ 퍼즐이 본격화돼요.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이미 사망했고, 남은 건 테디베어가 걸린 나무와 겔렌데 일부가 찍힌 사진뿐. 시간 압박(배터리 잔량)과 비밀 유지라는 이중 제약이 추격의 속도를 높입니다.
결말 해설 (스포일러 포함)
사라진 탄저균 ‘K-55’를 훔친 이는 죽은 연구원 구즈하라가 아니었다.
그의 동료 중 한 명이 구즈하라의 이름을 이용해 협박을 조작하고, 연구소의 은폐를 폭로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예기치 못한 눈사태로 꼬여, 시체가 매몰되고 균 샘플은 설원 어딘가에 묻힌 채 남는다.
주인공 구리바야시는 눈 속에서 테디베어 인형이 매달린 나무를 발견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그 장소는 과거 연구원들이 즐겨 찾던 스키 코스 근처였고, 사진 속 테디베어는 그들의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즉, ‘균의 은닉 장소’는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동료를 기리는 의미적 무덤이었다.
결말부에서 구리바야시는 시체와 샘플을 함께 회수하지만, ‘K-55’의 존재를 영원히 비밀로 묻는다.
히가시노는 과학적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우정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의 잔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스키장 지형·리프트 단서 체크리스트
- 테디베어가 걸린 나무: 좌표 추적의 결정적 단서. 사진 속 그림자 각도로 해가 기울어진 방향을 계산해 위치를 좁힌다.
- 리프트 기둥 번호 23번: 사진 끝에 찍힌 숫자가 실제 사토자와 온천스키장 리프트 라인과 일치함이 밝혀진다.
- 슬로프와 수목경계선(tree line): 포자 확산 가능성을 계산할 때 바람의 흐름과 경사도를 이용한다.
- 온천 리조트 주차장~리프트 초입까지 거리: 수신기의 신호 세기가 점점 강해지는 구간으로 묘사되어, 수색 루트의 실시간 긴장감을 높인다.
- 야간 리프트 조명: 눈보라 속 탐색 장면에서 조명 깜빡임이 신호 교란처럼 활용되는 시각적 장치.
읽는 맛
- 설원의 바람결, 수목 라인, 리프트 각도 같은 풍경의 디테일이 단서로 변해요.
- 보물찾기식 탐색과 과학 스릴러의 조합이 읽는 동안 ‘현장에 같이 들어간 느낌’을 줘요.
추천 포인트
지도 보는 걸 좋아하고, 환경 단서로 퍼즐을 맞추는 수사물을 선호한다면 가장 몰입도 높게 읽힐 거예요.
3. 눈보라 체이스, 누명 벗기 추격극의 경쾌함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용의자가 직접 겔렌데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역추적 로드무비.
“스키장에서 만난 미인 스노보더만이 내 무죄를 입증한다. 그녀의 보드복, 얼굴, 홈겔렌데 단서만 쥐고 일본 최대급 스키장으로 향한다.”
— 출판사 서평 인용
줄거리
주인공은 돌아오자마자 살인 용의자로 몰리고, 그가 무죄임을 증명할 열쇠는 겔렌데에서 스쳐 지나간 ‘여신’의 증언뿐이에요. 경찰과 마을 사람들의 사정이 교차하면서 도망자-추격자-현지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경쾌하게 맞물려요.
결말 해설 (스포일러 포함)
도망자 다쓰미는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니라, 범인의 ‘대리인’으로 이용당한 피해자였다.
실제 범인은 노인의 유산 문제에 얽힌 가족 중 한 명으로, 다쓰미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점을 이용해 증거를 조작했다.
결정적인 반전은 그가 알리바이 증인을 찾기 위해 헤매던 ‘여신’이 사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경찰 정보원이었다는 점이다.
즉, 그는 경찰의 함정 속에서 도망친 것이고, 동시에 경찰은 그를 미끼로 진범을 잡으려 했던 셈이다.
마지막 눈보라 속 추격전에서 진범이 체포되고, 다쓰미는 무죄를 입증한다.
그러나 여신 같은 존재였던 여성은 끝내 떠나며, “눈이 녹으면 모든 흔적도 사라진다”는 여운을 남긴다.
스키장 지형·리프트 단서 체크리스트
- 리프트 경사도 차이: 경찰이 추적 루트를 예측할 때, 리프트 정상에서 하단까지 소요 시간(평균 7분)을 근거로 동선을 좁힌다.
- 온천스키장 메인 슬로프와 서브 슬로프 분기점: 다쓰미가 도망칠 때 선택한 루트로, ‘한쪽은 폐쇄 구간’이라는 점이 반전 포인트.
- 스키장 결혼식 행사장(광장): 결혼식 하객들 사이로 도주 장면이 펼쳐지며, 인파가 추격선을 분산시킨다.
- 야간 개장 타임테이블: 경찰이 잠복 중인 시간대와 리프트 정지 시각이 맞물리며 결정적인 추격 타이밍을 만든다.
- 스노보드 렌탈샵 출입기록: 여신의 신분을 암시하는 단서로, 대여명부가 ‘가명’으로 되어 있음을 주인공이 눈치챈다.
읽는 맛
- ‘사람을 찾는 수사’라서 심리·동선 추적이 살아나요.
- 설원 대형 리조트의 동선(식당, 대여소, 포토 스폿, 행사장)이 추적의 무대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요.
추천 포인트
속도감 있는 추격극, 약간의 청춘물 결을 좋아하면 가장 가볍고 신나게 읽힐 작품이에요.
4. 연애의 행방, 겔렌데의 ‘마법’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스키장이라는 무대에서 엇갈리고 부딪히는 사랑의 작은 사건들을 유쾌하게 엮은 옴니버스.
“스키장에서는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겔렌데 마법’이 있다. 단점은 가려지고 장점은 부각되는 설원에서, 사람들은 조금 한심해지고 조금 이기적이며 조금 더 과감해진다.”
— 책 소개 인용
작품 톤
범죄·추격의 긴장감 대신, 설원 특유의 분위기와 인간관계의 해프닝에 초점을 맞춰요. 양다리, 깜짝 프러포즈, 단체 미팅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히가시노답게 사람을 관찰하는 눈은 여전히 날카롭고 따뜻해요.
결말 해설 (스포일러 포함)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형태로, 각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양다리 남성의 에피소드에서는 두 여성 모두 진실을 알아차리지만, 눈보라로 인해 셋이 함께 리프트에 갇히면서 묘한 화해가 이루어진다.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남자는 상대에게 거절당하지만, 곤돌라에 동승한 전혀 다른 여성에게 위로를 받는다.
단체 미팅 편에서는 가장 소극적이던 인물이 마지막에 가장 적극적으로 고백하며, ‘설원에서는 모두가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마지막 단편은 시리즈 전체의 테마를 닮았다.
눈이 녹으면 모든 게 사라질 것 같지만, 사랑의 흔적만은 봄까지 남는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결국 『연애의 행방』은 히가시노식 인간관찰소설이자, ‘사람을 이해하는 유머 감각’으로 설원을 닫는 에필로그이다.
스키장 지형·리프트 단서 체크리스트
- 리프트 정지 장면: 커플이 눈보라 속 고립되며 감정이 고조되는 설정.
- 야간 조명과 설질 변화: 황혼 무렵의 색감 대비를 이용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연출.
- 온천 리조트 외부 테라스: 캐릭터들이 우연히 마주치는 장소로 반복 등장, 시리즈 전체의 공간 연결 고리 역할.
- 리프트 대기열: 남녀 간의 거리감·심리적 간극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된다.
- 스노보드 복장 디테일: 전작들처럼 ‘인물 식별의 모호함’이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익명의 유희로 재활용된다.
읽는 맛
- 앞선 세 권을 달려온 뒤에 읽으면 ‘같은 무대’가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재밌어요.
- 눈 내리는 밤, 곤돌라와 리프트가 배경이 되는 데이트/오해/화해 시퀀스의 감정 리듬이 좋습니다.
추천 포인트
스릴러 강도를 낮추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마무리 후식처럼 권하고 싶어요.
시리즈 공통 키워드와 재미 포인트

- 설원 = 장치: 발자국, 설질, 시야, 풍향, 리프트 운행 상황이 모두 단서가 돼요.
- 시간 압박: 개장 전후, 야간 운영, 기상 변화 같은 타임테이블이 추리를 견인합니다.
- 군중 속 익명성: 보드복/고글/헬멧으로 인물 식별이 어렵다는 설원의 특징을 영리하게 씁니다.
- 톤의 스펙트럼: 서스펜스→바이오스릴러→추격극→로코로 이어지는 네 가지 결이 ‘한 무대’ 위에서 유기적으로 변주돼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디테일
- 질풍론도 (화이트러시)의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는 수색 설계: 테디베어가 걸린 나무, 슬로프 가드펜스, 리프트 기둥 각도 같은 디테일이 지형 추리의 핵심으로 변하죠.
- 눈보라 체이스의 군중 추적: 주말 대형 리조트의 혼잡도가 ‘숨는 기술’이자 ‘찾는 기술’이 되는 순간들이 리드미컬해요.
- 백은의 잭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영업과 안전 사이 판단이 매 장면 딜레마로 작동하면서 현실감이 높아요.
- 연애의 행방의 ‘겔렌데 마법’ 장면들: 눈발·야간 조명·곤돌라 정지 같은 사건이 감정의 촉매가 되는 연출이 포근합니다.
이런 독자에게 추천해요
- 스키·스노보드 문화 또는 설원 풍경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를 찾는 분
- ‘환경이 곧 트릭’인 추리, 지형·동선·시간표가 단서가 되는 수사를 좋아하는 분
- 추격·수색·서스펜스 톤을 한 세트로 쭉 읽고 싶은 장르 팬
- 마지막 권에서 가볍게 웃고 싶은 독자
자주 묻는 질문
Q. 독립적으로 읽어도 되나요?
A. 네, 각 권은 독립 완결이에요. 다만 같은 스키장/지역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어 배경의 연속성을 즐기려면 제시한 순서를 추천해요.
Q. 실제 스키장 묘사가 정확한가요?
A. 리프트/슬로프/수목 라인 같은 디테일은 히가시노의 ‘현장 감’이 살아 있어요. 보드복·고글 등 장비 묘사도 사실적이라 현장감이 큽니다.
Q. 난이도는 어떤가요?
A. ‘백은의 잭’과 ‘화이트 러시’는 퍼즐과 긴장감이 강하고, ‘눈보라 체이스’는 속도감 있는 추격, ‘연애의 행방’은 가장 가볍게 읽혀요.
네 권 모두 설원을 한 장의 거대한 보드처럼 사용해요. 속도를 올릴 땐 경사를 태우고, 멈춰 서야 할 때는 설질과 바람을 읽듯, 히가시노는 공간을 완벽히 ‘탄’ 다음 미스터리의 궤적을 그립니다. 같은 무대를 다른 장르의 페달링으로 달리게 하는 솜씨가 탁월해서, 시리즈를 연달아 읽을수록 히가시노가 왜 설원을 사랑하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와요. ‘설원 미스터리’가 취향이라면, 이 세트는 가장 안전하고도 신나는 선택지예요.
히가시노게이고 설원 시리즈, 백은의 잭 리뷰, 화이트 러시 줄거리, 눈보라 체이스 후기, 연애의 행방 평, 히가시노게이고 스키장 미스터리, 설원 스릴러 추천, 겔렌데 추리소설, 히가시노게이고 문고판 세트, 설산 시리즈 읽는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