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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년이 온다'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며,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들의 몸과 기억, 언어로부터 이야기를 끌어올린 작품이에요.
출간 이후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이미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지만, 문학평론가들은 이 책으로 한강이 자신의 어떤 지점을 넘어서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많은 책과 영화가 5·18을 떠올리게 하지만, '소년이 온다'는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순한 사실 재현에 두지 않고, 인간의 몸과 감정, 상처, 기억을 한 겹 한 겹 세심하게 확대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해요. 그래서 읽는 내내 문장이 가볍지 않고, 한 문단 한 문단이 무게를 담아 독자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어요.
작가 한강 소개
한강은 1994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시적이고 밀도 높은 문체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해온 작가예요.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작품마다 인간의 고통과 존엄, 그리고 몸과 감정의 기억을 정교하게 탐구해 왔죠.
특히 폭력과 상처를 직면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성의 잔존 가능성을 끈질기게 찾아가는 작가로 평가받아요.
'소년이 온다'는 그중에서도 한강 문학의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고통스러운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되, 그 안에서 잊히지 말아야 할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문학의 역할을 보여주는 소설이니까요.
줄거리와 주요 내용
이 소설은 1980년 5월, 열다섯살 소년 동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요.
친구 정대가 시위 도중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을 목격한 동호는, 그 충격 속에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돼요.
매일같이 들어오는 시신들을 씻기고 누이며, 죽음을 정리하는 일을 통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대와 정대 누나 정미의 비극적인 사연도 함께 드러나요.
상무관에서 함께 일하던 대학생들과 청년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폭력을 견뎌내고 이후의 삶을 버티려고 애쓰지만, 고문과 검열, 실종과 죽음, 트라우마는 그들을 오래도록 괴롭혀요.
이들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한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 한 도시의 상처가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출판사 설명에 따르면 당시 광주 인구가 사십만명인데 군인들에게 지급된 총알은 80만발에 달했다고 해요. 무자비한 진압과 통제 속에서도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일 수 있었던 힘은 다만 깨끗하고 무서운 양심이었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남아요.
소설은 이런 사실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 인물의 몸과 목소리를 통해 그 시대의 절박함을 독자에게 직접 건네고 있어요.
작품이 보여주는 메시지와 감정
이 작품은 단순히 비극을 기록하는 소설이 아니에요.
고통을 견디는 개개인의 삶,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 잊히지 않는 기억들, 부서진 일상의 잔해까지 모두 조심스러운 문장으로 건져 올리기 때문에,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그 세계 속으로 끌려 들어가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었을 때 며칠 동안 마음 한쪽이 눌린 듯한 여운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 감정은 개인적인 슬픔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마주해야 할 질문을 계속 머릿속에 남기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작품 속 인물들이 겪은 상처가 너무 구체적이라,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무게감이야말로 한강이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결국 기억해야 하고, 누군가는 말해야 하고, 누군가는 기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문학 역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한강 문학의 방식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은 고통을 과장하거나 드라마틱하게 만들지 않아요.
오히려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묘사하는데, 그 절제 때문에 장면의 잔혹함이 더 뼈아프게 느껴져요.
그의 서술은 종종 시적이기도 하고, 몸의 감각에 기반한 묘사가 많아서, 실제로 읽는 동안 독자가 인물 가까이 다가서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또한 이 소설은 단선적인 구조가 아니라 여러 인물의 시점이 서로 겹쳐지며 이어지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요.
그래서 한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고, 그만큼 광주의 상처가 입체적으로 드러나죠.
역사라는 거대한 사건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 숨쉬던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정과 고통을 조심스레 되살리는 서사라고 느껴졌어요.
이 책을 왜 읽어야 할까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현대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말아야 할 순간이지만, 때로는 단편적인 정보나 영상만으로 기억되기도 해요.
'소년이 온다'는 그 장면을 사건이 아닌 삶의 경험으로 다시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소설이지만 사실보다 더 사실같이 느껴지고, 기록 이상의 기록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만큼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만큼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이미 읽었다면,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았을 때 또 다른 감정과 질문을 얻게 되는 작품이기도 해요.
'소년이 온다'는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광주를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소설이에요.
동호라는 소년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의 삶과 고통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잊혀지지 말아야 할 역사의 균열을 다시 바라보게 해요.
문학이 어떻게 상처를 기록하고 인간성을 회복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강의 이름을 세계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읽고 난 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있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있어서, 저 역시 이 작품을 다시 열어보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떠오르곤 해요.
무겁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을 찾는 분들께 조심스럽지만 확고하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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