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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서스펜스로 변신한 사회파 이야기꾼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 같은 작품으로 익숙한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특유의 유머와 현실풍자를 결합한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나오미와 가나코』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서스펜스 스타일로 방향을 틀었어요.
이 작품은 그동안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 대신, 폭력과 공포에 맞서는 여성들의 치밀한 반격을 다루며 한층 강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저자 자신도 “결말을 마지막까지 망설였다”고 말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독자에게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야기예요.
줄거리 ‘오늘 우리는 남편을 죽였다’
주인공은 백화점 외판원 오다 나오미와 가정주부 시라이 가나코.
나오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폭행하던 아버지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녀의 친구 가나코는 결혼 후 남편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하며 매일을 두려움 속에서 지내죠.
어느 날, 나오미는 친구가 계속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도망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합니다. 사회나 법이 도와주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로 결심해요.
그것이 바로 ‘클리어런스 플랜(남편 실종 계획)’입니다.
두 사람은 완벽한 범죄를 꿈꾸며 계획을 세웁니다.
남편을 살해하고, 시체를 암매장한 뒤, 그가 ‘업무상 횡령 후 해외로 도피한 것처럼’ 꾸며내는 치밀한 시나리오였죠.
모든 것이 계획대로 굴러가는 듯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그들의 완전범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잡힐 것인가, 잡히지 않을 것인가’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되죠.
등장인물과 갈등의 중심
- 오다 나오미 : 백화점 외판부 직원으로, 어릴 적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입니다. 가나코의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모든 계획의 중심이 되는 냉철한 두뇌파예요.
- 시라이 가나코 : 남편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얽매여 살아가던 평범한 주부. 나오미의 제안으로 처음엔 망설이지만, 점차 결심을 굳히며 계획의 공범이 됩니다.
- 핫토리 요코 : 가나코의 남편 여동생으로, 오빠의 실종에 의문을 품고 사건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입니다. 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아요.
폭력의 사슬을 끊기 위한 ‘반격’의 서사
이 작품의 핵심은 ‘살인’이 아니라 폭력의 구조를 깨뜨리는 선택에 있어요.
나오미와 가나코는 단순히 범죄자가 아니라, 사회가 외면한 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입니다.
그들이 결국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는 개인적인 분노나 복수가 아니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소설은 ‘폭력의 피해자가 어떻게 다시 가해자처럼 몰릴 수 있는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사회 제도의 허점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왜 이들은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불편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우리는 절대 잡히지 않아!” 오쿠다 히데오식 하드보일드
'나오미와 가나코'는 기존의 오쿠다 히데오 작품과 달리 웃음기 대신 냉정하고 계산적인 하드보일드 감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특징인 유머와 아이러니는 남아 있어요. 사회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 완벽해 보였던 ‘클리어런스 플랜’의 허점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렇죠.
특히, 독자는 분명 두 여자가 ‘살인자’라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그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제발 잡히지 않기를.”
이 역설적인 감정은 오쿠다 히데오가 얼마나 탁월하게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는 작가인지 보여주는 부분이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 원작의 긴장감을 한국식으로 재해석

2025년 11월 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당신이 죽였다’는 바로 이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전소니와 이유미, 장승조가 주연을 맡았으며, 이정림·김효정 크리에이터가 제작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되, 한국 사회 현실에 맞게 각색됐어요.
“나는 친구의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로 시작되는 강렬한 내레이션부터,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의 도박 같은 인생이 스크린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질 예정이에요.
특히, 원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여성 간의 연대, 그리고 폭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메시지를 한국적 정서로 옮긴 점이 주목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사회 문제와 인간 심리를 함께 다루는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독자
- 『공중그네』 같은 유머보다는 진지한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를 보고 싶은 분
- 여성 중심 서사나 가정폭력, 사회적 부조리 같은 주제에 관심 있는 분
- 영화 ‘당신이 죽였다’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고 싶다는 분
완전범죄보다 무서운 건 ‘현실’
'나오미와 가나코'는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긴장감과 반전 속에는, 사회가 얼마나 폭력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현대적 풍자가 숨어 있어요.
살인을 선택한 두 여자의 행동은 분명 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들의 선택에 담긴 절박함은 누구보다 인간적이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 스스로도 묻게 됩니다.
“정말 나라도,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원작의 묵직한 서스펜스와 영화의 현대적 감각이 만나는 '나오미와 가나코', 그리고 '당신이 죽였다'
현실의 벽을 정면으로 마주한 두 여자의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어느 쪽을 응원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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